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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Forest – 숲에서 만나는 사계절, 그리고 진짜 나

뉴미뉴유 2023. 12. 6. 20:53

Little Forest 영화 포스터

에메랄드빛 초록빛 언덕 사이에 우뚝 서있는 나무는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바스락바스락 이파리가 바람을 만나 춤을 추며 관객들에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작은 숲으로 초대합니다. 오늘은 매력적인 숲 속에 숨겨진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영화 “Little Forest”입니다.

1. 어디서나 만날법한 평범한 사람, 어쩌면 나의 평범한 이야기

복잡한 서울 생활에서 지친 주인공은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시험, 연애, 직장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지 않고 팍팍한 도시 생활 속에서 몸도 마음도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고요하고 작은 시골인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이 보내는 일 년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너무나 소소해서 딱히 특별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합니다. 관객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혹은 바로 나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과 똑같은 고민을 하며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고 또 실패로 인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혜원은 옆집에 살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입니다. 청바지에 운동화, 하나로 묶어 올린 머리 스타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은 관객들에게 ‘혜원이라는 주인공이 바로 당신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서울에 가면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 것이라는 막연한 꿈이 있었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고 적지 않은 나이에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서 남자친구도 사귀고 그와 함께 교사가 되는 꿈을 꾸며 공부하였지만 남자친구는 합격하고 정작 자신은 떨어지고 맙니다. 이 잘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하고 어쩌면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혜원이는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인 것 같아 관객들은 영화 속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혜원이가 고향으로 돌아와 만나게 되는 친구들의 모습도 정겹습니다.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취업까지 했지만 언젠가는 도시로 가서 살고 싶어 하는 혜원의 친구 은숙은 바로 당신과 나의 모습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것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것이 도시에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누구나 갖는 보편적인 생각입니다. 이에 반해 지긋지긋한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귀농한 혜원의 친구도 있습니다. 바로 재하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도시에서 나름 잘나가는 삶을 살다가 도시의 표면적인 인간관계와 끌려 다니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고, 실천했습니다. 혜원과 재하, 그리고 은숙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만의 행복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2. 영화 속 눈이 즐거워지는 미식 체험

영화 “Little Forest”안에는 기대하지 못한 볼거리 요소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예술가의 손길을 거친 것 같아 보이는 멋진 요리들입니다. 봄의 활기찬 싱그러움부터 겨울의 편안한 따뜻함까지 주인공 혜원이는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계절과 어울리는 멋진 요리를 선보입니다. 계절이 변화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혜원이의 요리 탐구와 맞물리면서 혜원이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시골로 돌아온 혜원이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한 과거를 떠올리고, 자연스럽게 엄마의 요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엄마가 그리운 만큼 혜원은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맛있는 요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혜원의 서툰 요리가 시작됩니다. 혜원이 작은 숲의 마당에 씨를 뿌리고, 계절에 따라 비가 내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마침내 열매를 얻게 되어 손수 키운 소중한 재료를 가지고 엄마를 떠올리며 요리하는 장면은 아무런 화려한 장치 없이도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혜원은 엉성한 그녀의 요리과정에 엄마와의 소소하고 유쾌했던 대화를 회상하게 되고, 그녀의 요리는 한 그릇의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됩니다. 따뜻한 봄을 맞은 작은 숲에서 혜원은 갓 따온 채소로 장식된 봄 샐러드를 완성합니다. 아삭아삭 샐러드를 씹는 혜원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덩달아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도 뚝딱 만들어내고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콩국수 국물을 들이켭니다.. 혜원의 입가에 묻은 콩 국물을 손으로 쓱 닦아내는 장면은 소탈한 혜원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가을에는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감을 매달아 홍시를 만들어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처마 끝에 감을 매달아 두기도 하고 겨울에는 하얀 김이 올라오는 따끈한 찌개를 보글보글 푸짐하게 끓여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프라이팬에서 계란이 지글거리는 소리, 그릇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찌개에서 피어오르는 증기, 빨간 김치와 각종 채소들의 초록 빛깔은 관객들을 혜원의 작은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영화 “Little Forest”에서 음식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등장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혜원이 친구와 가족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할 때 그들은 함께 아름다운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며 깊은 감동을 남깁니다.

3.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Little Forest"가 던지는 질문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는 소용돌이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잠시만 정신을 놓쳐도 한참 뒤쳐져서 앞서간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런 정신없는 세상에서 영화“Little Forest”는 사람들에게 평온한 피난처가 됩니다. 영화는 삶의 단순한 순간들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주인공 혜원은 북적거리는 도시 생활을 포기라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이 주는 위로를 만끽합니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춤을 추고, 근처 개울의 졸졸졸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끝없이 흘러갑니다. 스크린 가득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가 매혹적인 색조들을 우아하게 포착합니다. 영화는 계절의 변화를 여유롭게 그려내며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영화의 여유 있는 흐름은 복잡한 도시에서 무언가에 쫓기듯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무엇을 향해서 달려가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푸른 풍경 속에서, 혜원은 봄에 꽃이 피는 것, 여름에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흠뻑 젖은 햇빛, 가을 단풍의 풍성한 색채, 그리고 겨울에 눈 내리는 밤의 고요함과 같은 일상적이지만 기적적인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계절의 순환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심오한 진실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별함이란 어쩌면 우리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아주 보통의 것들이며 인내심을 가지고 찾고자 하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봄에서 여름이 되고, 또 가을, 겨울로 바뀜에 따라 주인공도 개인적인 변화를 경험합니다. 혜원은 실패한 농작물부터 예상치 못한 폭풍까지, 예측 불가능한 자연으로 인해 씨름하면서 그녀는 인내와 회복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이 메시지는 순간적인 만족감과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Little Forest”는 의미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리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변화에 적응하고, 역경에 마주하는 힘을 찾고, 또 인생에서 겪는 상실의 필연성을 모두 받아들이는 힘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Little Forest”의 고요한 세상에서 우리는 진정한 회복이란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을 넘어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는 것임을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