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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th of a Family – 그들은 어떻게 가족이 되었나?

뉴미뉴유 2023. 12. 9. 12:23

 

가족의 탄생 영화 포스터

 

핵가족이 주류라는 말은 어느새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가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가족 유형의 변화의 흐름을 일찌감치 눈치챈 영화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가족의 탄생입니다. 오늘은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1. 독특하고 특색 있는 줄거리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각각의 인물의 이야기를 주목하며 다소 독특한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처음 영화를 보면 각각의 인물이 독립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것처럼 옴니버스 형식인 것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영화가 여러 주인공들과 함께 시작하는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미라는 혼자 살며 떡볶이 집을 운영합니다. 미라는 1인 가구인 셈입니다. 그러던 미라의 집에 생각하지도 못한 손님이 찾아옵니다. 오래전 제멋대로 집을 나가 소식도 없던 남동생 형철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벌은 돼 보이는 중년의 여성과 팔짱을 끼고 결혼할 사이라고 합니다. 미라는 갑작스레 찾아온 남동생 형철과 그가 동행한 어머니 벌의 여성인 무신과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 선경에게로 화면이 전환됩니다. 선경은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어에 아주 능통한 선경은 여행사 일을 통해 어떻게든 해외로 진출해 보고자 하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선경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둘의 사이는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선경은 연애와 사랑에 대해 심통하게 반응합니다. 그 이유는 선경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선경의 엄마 매자는 사랑이 넘쳐나는 인물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과도 사랑에 빠집니다. 최근에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선경의 속을 뒤집어 놓기도 했습니다. 선경은 엄마의 자유분방한 연애와 사랑도 못마땅하고 그런 엄마를 만나는 유부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선경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바로 매자가 병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선경은 엄마의 투병 소식에 분풀이 대상을 찾다가 매자의 외도남을 비난하기도 하고 자신의 어린 동생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선경은 아픈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다가도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다투고 화를 내고 돌아서 버립니다. 시간이 흘러 매자는 결국 죽게 되고 선경은 매자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2. 서로 얽히고설키고 복잡한 인간사를 반영한 캐릭터들

선경에게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남동생의 이름은 경석입니다. 경석은 기차에 올라탔다가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기차에 타서 옆자리에 앉은 채현이라는 여자에게 계란을 권하고 채현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경석의 부드러운 성격에 반해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막 사랑을 시작하고 풋풋하기만 할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도 쉬이 풀리지 않습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채현은 살가운 성격으로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을 살뜰하게 살핍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소매를 걷어 붙이고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경석은 그런 채현의 성격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경석은 채현에게 언제나 2순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에게만 따뜻하고 나에게만 친절한 여자 친구이면 좋겠는데 채현은 누구에게나 친절합니다. 어느새 경석은 채현이 ‘헤프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두 사람은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이별의 수순을 밝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경석이 채현의 집을 찾아오고 거기서 미라를 만나게 됩니다. 채현의 엄마가 미라였던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경석은 누나가 있습니다. 바로 여행사에서 일하는 선경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처음 독립적인 한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를 밝혀내며 인간사의 복잡성을 담아냅니다. 그런가 하면 미라의 동생 형철의 철없는 행동은 계속되며 그로 인해 그와 관련된 두 여상의 삶은 더욱 고단해집니다. 동거하는 나이 많은 여성 무신의 전남편의 전 아내가 낳은 아이가 갈 곳이 없게 되자 능력도 없는 형철이 나선 것입니다. 그렇게 1인 가구였던 미라의 집에 형철과 무신, 그리고 무신으로 인해 연결된 어린아이까지 4명이나 되는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됩니다.

3. 가족의 탄생이 이 시대에 던지는 심오한 메시지

선경은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 매자가 병으로 죽게 되자 매자가 남겨놓은 여행 가방을 열어보게 됩니다. 매자가 비밀번호까지 철저하게 설정하여 꼭꼭 숨겨 두었던 여행 가방 안에는 선경의 어린 시절 사진, 선경의 장난감, 선경이 아기 때 입고 사용했던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평생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힘들었던 선경은 엄마가 남겨 놓은 것들을 보며 울음이 터집니다. 그렇게 선경은 엄마를 이해하고 가슴에 묻기로 합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묶여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향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합니다. 가족이라면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완전히 알 수 는 없기에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온전히 품고 포용하는 것이 어쩌면 서로 안정감을 찾아갈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길일지도 모른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선경이 평생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고, 평생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엄마를 미워했지만 엄마가 죽고 난 후 엄마를 ‘정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또 영화가 이 시대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가족’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입니다. 혼자 살던 미라는 갑자기 들이닥친 형철과 무신, 그리고 무신으로 인해 집으로 온 어린 채현과 함께 살게 됩니다. 그렇게 기묘하지만 한 집에 사는 가족의 모습이 되어갑니다. 그러다가 형철은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또 집을 나가게 되고 무신은 기다리다 지쳐 채현을 안고 집을 나갑니다. 또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미라는 비가 내리면 마루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쓸쓸하게 앉아 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함께 살게 된 사람들과 미라는 이미 정서적인 가족의 테두리를 형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미라의 곁을 떠나자 미라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왔고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다름없는 삶인 듯 하지만 미라에게는 이미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장면이 전환되고 성인이 된 채현은 미라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채현은 남자친구 경식에게 미라를 엄마라고 소개합니다. 미라는 채현을 낳지 않았지만, 미라는 채현에게 엄마이고 채현은 미라에게 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피가 섞이지 않아도 끈끈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